사흘 간의 비움

지난 목요일, 금요일, 토요일 사흘을 결근했다.

수요일 일과 마치고 운동하고 집에 갔더니 추욱 늘어지면서 가르치는 일이 너무나 힘이 듦을 또 느끼고, 아내한테 때려치우고 싶다고, 휴직이라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.

다음날은 몸이 아프다고 거짓 핑계를 대고 하루를 쉬면서 휴직과 사직에 관해 이래저래 몸을 굴리다가 금요일 아침에 셋째 녀석이

“아빠, 학교 안 가세요?”

하는 말에 깜짝 놀라 갑자기 어디 멀리라도 가서 머리라도 식혀볼까하고 경북 영덕을 떠올리곤 떠나려 옷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내. 

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무섭다는 아내가 성령묵상회를 다녀오랬다.

뜬끔없는 이야기다 싶었지만 기막힌 하느님의 배려인가 싶어 두말없이 가방을 챙겨들고 영성의 집으로 달렸다.

우는 아내에겐 난 너무 약하다.

첫번째 다녀온 때와는 달리 많이 비우고 크신 분께 맡기려 했는데, 아직도 내 맘 속엔 크신 분보다 내가 더 큰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보다.

첫날 밤에는 한 숨도 못잤다.

고해성사 때문인지… 끊임없이 이어지는…

특히 딸아이에 대한 것과 탐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생각들로…

둘째날(9월 2일) 신부님과 대면하는 고해성사는 제대로 고해를 하지 못한 탓인지 마치고 난 후에 밀려드는 허무함…

이어 봉사자와의 면담도 시큰둥…

딸아이에게 전화를 하면서 왜그리 눈물이 나던지….

저녁 안수 때에는 전에처럼 양팔이 조금 떨려오더니만 의식한 탓에 또 시들해지고 혀는 역시 딱딱하게 굳어있기만 했다.

파견미사 때의 영성체에서도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기대한 신비는 미사 마치고 성전을 나서는데 괜히 쑥스러웠고 혼자 차를 몰고 집으로 오면서 심령기도를 해 보려 했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잘 되지 않았다.

반가운 아이들과 아내…

아내가 준비한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, 온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식사하면서 딸아이에게 다시 용서를 빌고 조금은 푸근한 마음들이 이어지길 기도했다.

어쨋든 이 기회로 성체를 영할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해야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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